제인 오스틴의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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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책을 읽었다. 어린 시절에는 매일 밤 방에 불이 꺼지면 손전등을 켜고 잠이 밀려올 때까지 몰래 몇 페이지씩 더 읽었다. 나는 별난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해 헤매다 실패하는 일이 잦았다. 내게 교제는 난제였다. 하지만 책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그렇게 당황스럽지 않았다. 사실 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보다 죽은 사람들과 더 쉽게 교감한다. 허구의 인물들도 거기 포함된다. 내게 필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다. 감정은 벅차고 두렵다. 거리는 감정을 두려움 없이 들여다볼 안전지대를 제공한다. 나는 초등학교 때 로알드 달의 «마틸다»(1988)를 여섯 번쯤 읽었다. 마틸다에게서 나처럼 좀 별나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소녀를 보았다. 마틸다는 머리를 써서 행복을 찾았다. 어쩌면 나도 지성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게 마틸다 같은 염력은 없었지만, 나도 마틸다처럼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열 살 때는 그런 생각을 말로 표현할 능력이 없었다. 그때는 그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마틸다»가 좋아.

 

세기가 달라졌어도 그 문제는 여전했다. 바로 로맨스 작가를 ‘잡필가’ 취급하는 문제. 로맨스는 철저히 여성적으로 인식되는 유일한 장르다. 또한 로맨스는 오랫동안 장르 소설 중에 가장 경멸받아왔다. 나는 이 두 사실이 넓게 겹쳐 있는 것이 단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러고도 페미니즘을 논했다니!

기쁨의 집
0519

이것이 사랑일까? 릴리는 의아했다. 단지 행복한 느낌과 생각들이 낳은 거짓된 감정일까? 완벽하게 아름다운 오후의 마법과 낙엽 지는 가을 숲의 냄새, 그리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이 감정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일까?

릴리는 다시는 셀던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의 영향력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존재가 언제나 그녀의 야망을 초라하게 만들고 그녀의 세계를 통째로 뒤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그녀의 인생 경력에서 최악의 실패를 상기시켜 주는 살아 있는 증거였다.

🤍
0517